아동학대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오랜 시간 정서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향은 아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가족 전체로 확장되며, 결국 한 가정의 삶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피해 아동의 회복은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 가족에 대한 지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사회의 보호망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아이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즉, 회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연간 24,492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지만, 이 중 사례가 종결된 건은 6,499건(27%)에 불과하다. 나머지 17,993건(73%)은 여전히 가정 내 학대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피해 아동의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사례들이다.
이제는 사건 이후 아이들의 삶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피해 아동의 정서적 회복, 원가족 기능 회복과 부모 역량 강화, 보호조치 아동과 시설에 대한 지원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와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학대 피해 아동의 후유증을 줄이고 재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특히 전남·광주는 통합을 화두로 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아동보호체계의 질적 도약이다. 지방정부 조직이 통합·개편되는 시점에, 학대 피해 아동 지원과 재학대 예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컨트롤타워는 단순한 사건 대응을 넘어, 1차 예방(사전 예방), 2차 예방(고위험군 관리), 3차 예방(재학대 방지와 회복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역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민관 협력체계가 공고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 방안으로 경기도의 ‘광역 거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같은 모델을 도입해 민간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앞으로 전남·광주는 320만 인구 규모의 더 큰 도시로 나아가게 된다. 예산과 규모 확대를 통한 경제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 곁에 든든한 보호자와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일 것이다.
○ 제목 : 아동학대 대응을 넘어 '회복과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 일시: 04.27
○ 매체: 전남일보(https://www.j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00032146)